2025 BIRTV 전시회 스케치


지난 해 8월 말. 9년만에 처음으로 북경 방문해서 BIRTV 전시회를 오랜만에 참관하였다. 올해는 약 1개월이 앞당겨져 7월 말에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너무 덮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습도가 조금 낮은 편이었다. 호텔과 거래처, 전시장, 인근 식당 정도 이외에는 아예 나다닐 생각도 안 했고, 이동할 때에도 항상 택시나 DD (중국판 우버)를 불러서 타고 다닌 덕분에 비지땀을 흘릴 일은 거의 없었다.


저녁이 있는 삶

나라마다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고, 특산물이 다르듯이 사람들의 삶도 각양각색이다. 중국의 수도인 북경은 심천이나 상해와 같은 도시에 비해서는 첨단의 느낌이 덜하고 오히려 보수적인 느낌이 든다. 심천(광동성)에서는 저녁이 되면 여기저기 사람들이 나와서 강한 유행가 음악에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샤먼(복건성)의 한 호수 가 산책로에는 엄청난 소음 민폐를 끼치며 열심히 춤추는 사람들을 10여 팀이나 목격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북경의 한 공원에서는 달리기나 걷기, 혹은 조용하고 느린 동작으로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접하는 많은 중국 제조업체 직원들은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한 편에서는 이렇게 평범하게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이다. 필자도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 저녁에 혼자 걷거나 혹은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들어 와 씻고 TV 좀 보다 자는 것이 일과다. 너무 단순하고 심지어 심심해 보이는 이런 것들이 필자가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행복한 순간들이다. 화려한 쇼를 보는 것도 좋고, 맛난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고, 귀한 술을 마시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동네 산책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을 보니 이제 나이가 좀 들었나 보다!


※ 북경 시내 공원에서 단체로 태극권을 하는 시민들

※ 건물의 앞모습만 화려한 식당 (맛은 좋았음)



조금 개선된 전시회 시스템

지난 해 전시회 참관하고 와서 올린 글에 참관객 사전등록을 하고 와서 첫 날 입장권 (명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에도 또 매표소(?)로 가서 다시 확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에 대해 불평을 하였다. 이 글을 누가 본 것인지는 몰라도 올해는 이게 개선되었다. 즉, 사전 등록한 참관객 은 첫 날에 입장권 (명찰)을 받고 나면 다음날부터는 바로 입장이 가능해졌다. 안 그래도 더운데 매일 길 게 줄 설 일이 없어져 다행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참관객은 둘째 날부터만 사전등록이 가능하도록 한 홈페이지는 여전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행히 필자는 거래 업체의 도움으로 1일차부터 참관할 수 있었다.


지난 해의 전시회 스케치 글과 마찬가지로 이번 글 역시 말 그대로 전시회의 스케치에 불과하다.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흐름 같은 것을 알려 드리지는 못하고,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의 방송장비 산업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사진 위주로 준비했다.



모니터 – 4K, HDR + OLED & IP

일단 필자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방송용 모니터에 대해서만 간단히 살펴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는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에 30년 가까이 종사했고, 특히 그 중에서 방송용 모니터 제조업체에서 10년간 근무했었기 때문에 전시회를 가면 항상 모니터와 디스플레이 제품들에 제일 먼저 눈이 간다. 그래서 이번에는 간단하게 방송용 모니터 업체들에 대한 동향을 간략히 간추려 보겠다.


방송장비 시장에서 이제 방송용 모니터는 거의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우선 모니터의 핵심 부품이 디스플레이 (CRT, LCD, OLED 등)의 제조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갔고, 그 중에서 OLED는 아직 삼성과 LGD가 주도하고 있지만, LCD는 이미 중국으로 모두 넘어간 상태이다. 5~6년 전 쯤 Panasonic LCD가 문을 닫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ONY도 OLED 사업을 접었다. 삼성도 LCD 제조라인을 코로나 판데믹 이전에 모두 중국에 넘겼고, LG Display 역시 코로나 직전에 넘기려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TV 수요가 급증하자) LCD 사업 중단을 몇 년 미루다가 지난 해에 중국에 생산라인을 모두 넘기고 OLED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TV세트와 모니터 제품 역시 LCD가 주력이기 때문에 중국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상태이다. 방송용 모니터 역시 마찬가지인데 과거 SONY, Panasonic, JVC, Ikegami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TVLogic이 한 때 점유율 2~4등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반적인 제품의 라인업과 개발력은 Konvision이라는 업체가 내수와 수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듯 보였다. 삼성의 최신 QD-OLED 패널을 장착하거나 수천 개의 Mini LED 백라이트를 장착한 4K HDR 모니터가 인상적이었고, IP 즉, ST.2110과 NDI를 지원하는 모니터까지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IP 시대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그간 블랙매직과 ATOMOS가 지배하던 소형 4K HDR 레코더겸 모니터 시장에도 뛰어 들면서 개발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FSI라는 브랜드로 수출되고 있는 준정 (ZhunZheng)도 고급형 방송용 모니터 시장에서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항상 대형 부스에서 여유롭게 전시하며 세미나까지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촬영 현장용 튼튼한 모니터에 강점을 지닌 Ruige도 큰 부스에서 다양한 모니터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SWIT 및 (몇 년 전 합병한) FeelWorld와 SEETEC은 통합 부스를 꾸렸다. 현장 촬영용 소형 모니터에 특화된 Bestview와 Portkeys 등의 브랜드들도 아직 작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브랜드 전시 부스 둘러보기 (ABC 순)

Sony와 Panasonic, Canon 등의 부스에서는 방송용으로 사용 가능한 PTZ 카메라들이 점차 늘고 있었다. 그간 Security나 ProAV 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던 PTZ 카메라가 점차 더 큰 센서와 더 좋은 렌즈, 그리고 더 강력한 이미지 처리 능력으로 무장하고 이제 방송과 영화 제작에도 스며들고 있는 모습인데, 앞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타 브랜드 전시부스 둘러보기 (ABC 순)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수의 글로벌 촬영장비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역시 별다른 설명없이 전시부스 사진만 올려 드린다.







블랙매직디자인이 이번 전시회에서는 네트워크 스위치를 처음 선보였다. 그동안 6G와 12G-SDI를 위주로 SDI 장비를 선도해 왔던 블랙매직도 이제 IP로의 전환을 위해 하나씩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필자가 오디오는 잘 모르는데, 국내 시장에서 접한 익숙한 브랜드 몇 개의 전시 부스만 사진을 올려 드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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